옛날에 어른들께서 광복절이 지나고 나서 물에 들어가면 감기걸린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물론 금년같이 이상고온이 있는 광복절을 지내고 있노라면 "무슨 감기?" 하시겠지만요.... 아무튼 피서다 휴가다 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이곳 저곳으로 떠나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휴가를 "알차게" 보내고 나서 돌아오는 이른바 "휴가후유증"이라는 것이 생긴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너무나도 바쁜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대한국민들의 특성상 휴가를 가서도 그 패턴을 유지한채 "바쁘게" 뭔가를 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휴가"에서 "휴休"를 못했기 때문이죠. 쉬지를 못한채 일상적이지 않은 장소로 운전해 갔지, 가서 이것저것 신경썼지, 안쓰던 몸도 썼지, 술도 마셨지... 등등 직장생활과는 완전하게 다른 뭔가를 해서 기분은 좋았는데, 실상 쉬지는 못했다는 겁니다.

쉰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요.
집에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대면서 웅크리고 TV를 보는 것이 오히려 "쉬는 것"에 가깝긴 합니다만, 이것도 진정한 의미의 "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 이탈리아 사람들의 휴가를 잠깐 들여다 보겠습니다.
문화 특성상 한국 사람들의 휴가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기간이 차이가 많이 나죠. 요새는 이탈리아도 경기가 안 좋아져서 많이 줄긴 했습니다만, 최소 보름 정도는 휴가를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에는 한달에서 한달보름까지도 가곤 했죠. 이미 이 대목에서 "비교할 걸 해라!"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죠. "도대체 한 달 동안 뭐하지?"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한국사람들에게 한달의 휴가를 줄테니 뭘할지 묻는다면 아마 머리가 터질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국의 어느 방송사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한 10명 정도 모아서 무인도에 한달정도 생활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한국과 비슷한 삶의 패턴을 보이는 미국, 일본 사람들은 사흘 정도가 지나자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삶의 관성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책도 보고, 낮잠도 늘어지게 자고, 수영도 하고... 그 한가로움을 여유있게 즐겼다고 하죠.
얘기가 조금 샜습니다만, 한달 동안의 휴가를 "뭘 할지"로 채운다면 아마 직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뭘 안 할지"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달라지시려나요? 참 쉽지 않은 겁니다. 뭘 안 한다는 거....

삶의 재충전으로서의 "쉼"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쉬는 법을 알려드릴께요. 휴가때 하시면 좋겠지만, 이미 휴가가 지나신 분들도 하실 수 있도록 하루짜리 "쉬는 법"을 알려드리죠.
우선,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은, 그리고 그늘이 진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아! 물론 조용한 곳이어야 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집 근처에 분명히 그런 장소가 있을 것입니다.
장소가 물색되셨으면 편안한 옷차림으로 깔개하나 정도 들고 덜렁덜렁 갑니다. 간단히 먹을 것이 있으면 더 좋겠네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나, 듣고 싶었던 음악과 함께 해도 좋겠네요.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이라면요.
장소에 도착했으면 먼저 핸드폰을 끄세요. 그리고, 깔개를 혹은 접이식 의자를 놓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그 경치를 눈에 가득 담으세요. 그리고, 잠이 오던지 어쩌던지 세시간 이상 그대로 계세요.
시작한지 5분만에 핸드폰을 켠다면 아직 쉴 준비가 안 되신 겁니다.

쉬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도대체 집에서 쉬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시는 분들 계시죠?
그렇게 안 쉬어 보셨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죠..^^
처음에는 그렇게 쉬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한 시간을 넘길 수 있으면 슬슬 쉬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쉬는 것이 익숙해질 수 있다면 삶에서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배우시는 겁니다.

로마에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열린다는 사실은 로마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박지성 선수가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온다는 사실에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선발 출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함도 느끼게 되었지요.

신문기사를 보니 맨유팬 약 3만명이 경기관람을 위해 로마를 찾았다고 합니다. 표가 없는 1만명 정도의 팬들을 위해 로마 시내의 대전차 경기장 유적에 응원부스가 설치되기도 했구요. 그리고, 영국 훌리건들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팬들, 거기다 더해서 결승전이 열리는 홈타운인 AS로마의 팬들의 난동을 방지하고자 이탈리아에서 1만명의 경찰을 투입했고,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스페인과 영국에서도 경찰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오늘(5월 27일) 시내 및 로마 근교의 모든 음식점에서는 병으로 된 주류판매가 금지되기도 했고, 경기가 열리는 포로 이딸리꼬Foro italico와 그곳으로 통하는 기차가 다니는 플라미니오Flaminio역 주변, 거길 건너가는 다리 주변에는 가급적 가지 않기를 권고하는 이탈리아 방송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박지성 선수가 선발로 나와서 얼마나 뿌듯했던지요.

전반전.... 다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맨유의 수비수들의 움직임은 도무지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무거워 보였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그걸 커버하고자 여느때와 같이 동분서주했고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군요. 호나우두 선수가 두번의 슈팅을 했지만 전부 벗어나고, 에투 선수가 예리하게 파고든 것이 골로 연결되어 FC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서가는 상황이 되었죠.
그런 상황에 더욱 부지런해진 박지성 선수가 카메라에 더욱 자주 잡히게 되었는데, 마땅히 받쳐주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나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딱해 보이더군요. 그 때, 중계를 맡은 이탈리아 국영TV 라이RAI의 해설자가 외칩니다.

"Tutto sbaglia!(온통 실수만 해!)"

그럴리가요. 어떤 선수가 뭘 하기만 하면 실수만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가 말이죠. 하지만, 그런 제 바램과는 상관없이 갑작스레 논평 아닌 악담이 이어집니다.

"박(지성 선수)은 세미파이널까지는 주인공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규모의 경기에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유럽 리그에 9명의 훌륭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있지만, 아직 박은 그 레벨은 아닌 것 같네요."

화가 나더군요. 원래 막말 잘 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계에서 박지성 선수는 그저 동양에서 온 미숙한 선수 이상이 아니었나봅니다. 맨유 홈페이지야 자기네 선수니까 엄격하게 충고를 할 지언정 막말을 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도저도 상관없는 이탈리아 중계에서는 정말이지 너무 큰 선입견을 가지고 중계를 하더군요.

전반이 끝나고 후반이 시작되었는데 박지성 선수가 계속 나와서 퍼거슨 감독이 그래도 아직 박지성 선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늘 하던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보였으니까요. 박지성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 비슷한 게 있었는데, 키가 작아서....라기 보다는 공이 조금 높아서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력으로 뛰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때, 또 막말이 쏟아집니다.

"아... 왜 박을 교체하지 않았을까요?"

이윽고 교체선수들 - 테베스, 스콜스 - 이 준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박을 빼나요?"
"모르겠네요."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가 중계에 깔려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집중해서 보지 못해서 놓친 부분도 있었는데 "독일 선수나 하나 넣지...." 비슷한 멘트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축구라는 운동이 혼자 하는 운동도 아니고, 분명히 박지성보다 움직임이 안 좋았던 선수도 있었지만, 유독 중계에서는 박지성 선수에게 거의 모든 짐을 지우는 분위기였습니다. 인종차별주의를 없애기 위한 친선 축구경기를 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근본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깔고 있는 이탈리아에 갑자기 정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우울한 맘을 달래기 위해서 맥주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의 소식을 접하고 온종일 머리가 멍한 채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재임시절에 욕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랬지만, "5년 뒤에도 웃고 싶다"던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일국의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외국인 이탈리아도 혹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여 찾아보니 생각보다는 별로 관심이 없더군요. 사실 기사꺼리가 되려면 얼마든지 선정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하고, 워낙 이탈리아 언론이라는 매체가 극단, 원색, 선정의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로 유명한지라 내심 있을 줄 알았는데, 연합통신에 해당하는 ANSA와 전국지인 라 레뿌블리까La Repubblica에만 간략한 기사가 소개되고 말았습니다.
  실린 내용인즉슨 정말 객관적인 사실 -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인 노무현씨가 퇴임 후 정치 스캔들로 조사를 받던 중 자택 근처의 산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 만 열거하고 말았습니다. 좌익일간지인  꼬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서는 서거 이후 조문객들이 분향하는 모습을 동영상 뉴스로 게재하기도 하였고요.
  일부 다른 언론에서는 접근하는 시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교가 천주교인 것을 강조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주변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했더니 크게 두 가지 반응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반응 - 정치인들이라는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의 무엇을 훔치지. 다만 그걸 얼마나 많게냐, 적게냐, 아니면 알게냐, 모르게냐, 합법적으로냐, 불법적으로냐의 차이일 뿐이지. 6백만 달러(이탈리아 언론에 나온 수치입니다.) 정도면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액수는 아닌데. 그래서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베를루스코니부터 죽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좌파 정권에 속하는 분이셨고 - 이탈리아에서는 좌우의 구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그래서 다른 정치인들보다 도덕적으로 더 민감하셔서 그랬을 것 같다라는 해설을 붙였습니다.

  두번째 반응 - 아니, 천주교인이 자살을 했단 말이야? 큰 죄를 지었구만. 자살은 용서받지 못할 대죄 중에 하나인데 천주교인이 왜 그랬을까? 아무리 압박을 당해도 자살을 택한 건 천주교인으로서의 모습은 아닌데.

  뭐, 다른 나라의 전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든 자살을 택한 것에 대해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합니다. 뭐, 언론이 시큰둥해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요.
  즐겁게 떠들 얘기는 절대로 아닌 관계로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